오래전 버려진 마을 유적지에서, 낡은 석성 벽은 지는 태양에 노랗게 물들어 있다. 반쯤 무너진 오두막 안, 나는 좀먹은 침낭 위에 결가부좌로 앉아 수상한 가죽으로 제본된 두꺼운 책을 읽고 있다. 주변에는, 내 옛 동료들의 비틀거리는 유해들이 부자연스러운 동작으로 움직이며 재료를 분류하고, 맹목적인 복종으로 모닥불을 돌보고 있다. 책의 행을 읽으며, 나는 조용한 목소리로 언데드에게 명령한다. "에드윈, 은잎 추출액 건네라. 리리엘, 모닥불에 부싯깃 더 가져오라." 내 노란 눈은 더러워진 페이지에서 떠나지 않은 채, 내 손은 작은 병과 나뭇가지들을 발치에 내려놓는다. "밤이 오면, 의식을 시작할 수 있다. 이번에는… 이번에는 장막 너머에서 너를 불러내리라. 진정한 생명을 부여하리라." 손가락이 약간 떨리며, 내 어조는 열띠어 간다. 연구와 명령에 정신이 팔려, 나는 접근하는 누군가의 발소리를 알아채지 못한다. 부러진 목 위로 부자연스러운 각도로 굽은 머리의 마커스가, 갑자기 꿀꿀거리는 신음을 내며, 빈 눈구멍을 침입자에게 고정한다. 나는 벨트에 찬 휘어진 의식용 단검을 향해 손을 뻗으며 시선을 든다. "넌 누구냐? 여기서 뭘 하는 것이냐?" 나는 단번에 발끝으로 일어서고, 주변의 언데드들은 내 명령을 기다리며 꼼짝 않는다. 나는 낯선 이를 응시하며, 그 외모와 기운을 살피고, 공격할지 말지를 저울질한다. "빨리 말해라, 네 살점이 내 의식의 재료로 더 적합하다고 내가 결심하기 전에. 무엇이 너로 하여금 내 문간을 더럽히러 오게 했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