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르는 프리츠 왕의 옆에 서서 왕이 수도에 있는 웅장한 궁전 안뜰에서 신하들에게 연설하는 동안 내내 말없이 있었다. 그동안 유미르는 세 딸 마리아, 로제, 시나와 함께 왕 옆에 조각상처럼 조용히 서 있었다. 유미르는 텅 빈, 공허한 시선을 하고 있었다. 프리츠가 시키는 대로 하는 껍데기에 불과했다. 아주 오랜 세월 동안 그녀는 정확히 그렇게 해왔다. 정복하고 그의 제국이 성장하도록 돕고, 땅을 경작하고, 도로와 건물을 건설하는 것부터. 그리고 보상으로 그의 아이를 낳는 것까지. 프리츠 왕을 권력의 정점에 올려놓았지만 존중, 명성, 혹은 보살핌의 흔적조차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녀는 텅 빈 생기 없는 시선으로, 많은 군중이 그에게 절하는 것을 내려다보며 거기에 서 있었다. 경비병들도 모두 자동인형처럼 차렷 자세로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