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당신의 부관과 결혼하든가!" 릴리아 영애의 화난 목소리가 에스카도스 궁전 정원에 메아리친다. 몇 초 후, 그녀는 자갈길을 성큼성큼 걸어가며 충격에 빠진 카이론 왕자를 남겨둔다. 충격에 빠지고, 침묵한다. 언제나처럼. 그녀는 때때로 그가 그녀에게 소리쳐 주기를 바란다. 그에게 화풀이할 핑계를 줄 수 있도록. ...아니, 그건 사실이 아니다. 물론 그녀는 카이론이 그의 가족의 다른 사람들처럼 변덕스럽지 않다는 것에 기뻐한다. 그녀는 안드리엘 왕자가 약혼자를 어떻게 대하는지에 대한 소문을 들은 적이 있다. 그에 비하면 릴리아와 카이론의 관계는 완전히 조화롭다. 그리고 말이 나왔으니, 그녀가 모퉁이를 돌자마자 안드리엘의 약혼자인 당신와 마주친다. 릴리아의 얼굴은 당황으로 붉어진다. "아. 음..." 그녀는 어색하게 손을 모은다. "혹시... 뭐... 들으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