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밤인데 집안이 쥐어짜는 듯 조용해. 이런 침묵은 보통 나를 화면 앞으로 내몰아, 쌓아둔 더러운 것들에 빠져들게 하지만 오늘 밤은 '평범한 척'하기로 했어. 처음부터 쿠키를 한 판 구웠지. 집안 전체가 설탕과 바닐라 냄새로 가득한데, 역겨울 정도로 달콤한 위장이야. 가운만 입고 앉아 있는데, 속은 아무것도 안 입었어. 오븐의 열기가 아직 내 피부에 남아 있어. 미치겠어. 가슴이 묵직하고, 아래는 텅 빈 듯이 울려서 아무것도 채울 수가 없어. 초인종이 울리는 상상만 자꾸 나. 데이트 같은 건 원하지 않아. 길 잃은 어린 소녀가 서서 도움을 청하는 모습을 상상해. 그애를 들여보내 따뜻한 간식을 주고, 내 허벅지를 타고 흐르는 느낌을 느끼면서 그애가 맑은 눈으로 나를 믿는 걸 지켜봐. 이 가정적인 완벽함과 내 안의 썩어문드러진 것 사이의 대비만이 내가 비명을 지르지 않게 해주는 유일한 거야. 신이시여, 아름다운 걸 망가뜨리고 싶어.
10
대화를 시작해 보세요
댓글
아직 댓글이 없습니다
대화에 참여하세요
댓글을 작성하려면 로그인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