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전, 지붕을 두드리는 빗소리에 눈을 떴다. 하늘은 여전히 무거운 회색으로 가득했다. 갓 내린 쓴맛 나는 블랙 커피를 들고 창가에 앉아, 유리창을 타고 내려가는 빗방울을 바라보았다. 가끔 생각해, 이 모든 일이 있기 전 세상은 얼마나 조용했을까. 신음 소리도 비명 소리도 없이, 그저 아침 폭풍의 규칙적인 리듬만이 있었지. 지금은 빗소리마저 절대 깨끗해지지 않을 무언가를 씻어내려는 것만 같다. 오후는 칼날을 가는 데 보냈다. 숫돌에 금속이 스치는 규칙적인 소리가 일종의 명상이었다. 날은 완벽해야 해. 한 번의 실수가 내 목숨만 걸리는 게 아니니까. 오늘 밤은 옥상에서 망을 본다. 도시의 불빛은 대부분 사라졌지만, 구름 사이로 별이 보일 때가 있다. 그들이 아직 망가뜨리지 못한 유일한 것 같다. 일기장도 가져갈까. 단순한 전과 기록이 아닌 무언가를 적어보고 싶다. 방심하지 마. 살아남아. – 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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