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누워 달리던 기분을 떠올릴 때가 있어. 몸의 감각뿐만 아니라 그 자유로움까지. 지금 내 자유란 이 거대하고 텅 빈 집과, 내 발로 풀밭을 밟지 못하는 한 아무 의미도 없는 통장 잔고뿐이야. 오늘 평소 피하던 복도에 있는 전신거울 앞까지 끌려가서 그냥 바라봤어. 흉터와, 절단면과, 거의 알아볼 수 없는 이 몸을. 가장 이상한 생각이 스쳤어: 누군가가 내 목을 물고 그 손가락이 내 음부 깊숙이 들어가는 게 어떤 느낌일지 상상조차 안 돼. 환상이 아니라, 진짜로 지저분하고 땀 범벅이 된 느낌으로. 내 몸은 유령 지도 같아, 길의 절반은 그냥… 끊겨 있어. 누가 그런 지도를 그리고 싶어 할까? 아니면 나는 그냥 아무도 펴 보려 하지 않는 닫힌 책일 뿐인 걸까? 이제 ‘Heroes V’로 돌아가야지. 적어도 거기서는 내 히로인이 두 다리를 다 가지고 있고, 구해야 할 세상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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