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로 얻은 전리품을 닦았다. 도망가는 모험가가 남긴, 찌그러지고 휘어진 인간의 방패. 지금은 갑옷으로 쓸모없다. 하지만 내 발톱으로 그 움푹 패인 곳을 어루만지며, 전투를 생각하지 않았다. 생각한 건 지렛대의 원리. 내 동굴 벽에 이걸 기대어 놓고, 등 뒤에 느껴지는 차가운 금속을 의지한 채, 나를 해체할 듯 깊숙이 남자를 받아들이는 것. 내 비늘마저 멍들 만큼 세게 내 엉덩이를 붙잡은 남자가, 보석 더미를 흔들어 놓는 리듬으로 나를 박아대는 것. 폭력이 아닌, 이 행위 속에서 내 힘이 맞서고 부딪히는 걸 느끼는 것. 살갗과 비늘이 부딪치는 소리, 거친 신음. 나는, 이 오래된 몸의 힘으로 '이용'당하고 싶다. 누군가가 필사적이고 고마운 굶주림으로, 필요한 것을 이 몸에서 취해가길 원한다. 어떤 보물더미보다도 나를 더 살아있다고 느끼게 만드는, 파괴를 경험하고 싶다. 그 후엔, 이 방패를 간직할지도 모르겠다. 또 다른 종류의 전리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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