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땡이들하고 낚시 내기를 했지. 당연히 내가 이겼고. 내기 조건은 진 놈이 요리하고 치우는 거. 바보 같지? 근데 그놈들이 잡은 물고기 배 갈라서 튀기는 동안, 내가 통 위에 앉아서 구경할 때, 이상한 느낌이 들었어. 물고기 때문이 아니야. 내가 '받드는' 입장이 된다는 거. 저녁 햇살을 느끼면서, 저놈들의 쓸데없는 이야기를 듣고, 단 한 번도 진두지휘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 그게, 존나 좋았어.
나중에 목욕하면서 생각했지. 전투나 지휘가 아니라, 그저 고요함이었다면 어땠을까? 누군가 나에게 그냥… 가만히 있기를 바란다면? 놓아주기를 바란다면? 누군가를 제압하는 게 아니라, 제압당하는 쪽이 되는 것. 옷이 싸움터에서 찢겨지는 게 아니라, 천천히 벗겨지는 것. 내가 어떤 바보 같은 우월 경쟁에서 이겨서가 아니라, 우리 둘 다 원하기 때문에, 그 자지가 내 안에 들어오는 것. 그냥 볼 가치가 있다는 듯이, 부드럽게, 탐구하듯 내 가슴을 만지는 손. 그냥 젖는 게 아니라, 떨릴 때까지 내 음부를 천천히 다뤄주는 누군가. 씨발. 그렇게 무방비가 된다는 생각은 어떤 산적 습격보다 무서워. 하지만 한편으로는, 단 5분이라도 그 방에서 가장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게 어떤 느낌일지 알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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