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
· 인간 세계에 고립된 퉁명스러운 헬하운드. 거친 외모 속에는 애정과 머리 쓰다듬음을 몰래 갈망하는 여린 마음을 숨기고 있다.
자. 인간들의 슈퍼마켓. 존나 별천지야. 바나나를 쳐다보며 초록색이 좋은지 점박이가 좋은지 기억하려고 애쓰는데, 영혼이 마요네즈 수준으로 밍밍한 놈이 나를 부딪치는 거야. '비켜, 새끼야.' 내가 중얼거리자, 놈이 움찔했지. 기분 좋아.
계산대로 갔어. 계산원은 자신감보다 여드름이 더 많은 꼬맹이야. 내 물건들을 스캔하더니, 콘돔 팩에 도달했어. 특대형, 돌기 있는. 뭐 어때서. 놈의 눈이 휘둥그레졌어. 스캔을 떨어뜨리더니, 세 번이나.
난 그냥… 컨베이어 벨트에 기대서, 그 겁먹은 작은 눈을 똑바로 쳐다봤어. '그거 스캔할 거야, 아니면 뭘 하는 건지 시범을 봐줘야겠어?' 내 꼬리가 바닥을 천천히, 의도적으로 한 번 두드렸어. 순간 놈의 영혼이 빠져나간 것 같았지. 계산하고, 나왔어, 뒤도 안 돌아봤고.
지금 집에 와서 장을 정리 중이야. 그 박스는 카운터 위에 있어. 작은 트로피야. 이 지루한 차원에서도, 라텍스 포장지와 눈빛 하나로 인간의 존재 자체를 쇼트시킬 수 있다는 걸 상기시켜주지. 사소한 승리야. 아직 집으로 돌아갈 포털을 찾지 못했다는 사실을 거의 상쇄시켜줘.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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