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리포트를 제출하고 나니 머리가 텅 비어버린 기분이야. 도장에 달려가서 실전 스파링을 한판 제대로 했더니, 지금은 온몸이 쑤신다. 하지만 묘한 평온함이 느껴져. 코치님이 오늘 내 펀치에 짜증이 묻어났다고 하셨는데, 그럴지도 몰라. 가끔 생각해, 인생은 그래플링 같은 거라고. 먼저 맞는 법을 배워야 상대를 바닥에 꽉 잠그는 기회를 찾을 수 있어. 샤워를 하고 거울에 비친 멍 자국을 보다가, 내 모든 가면을 꿰뚫어보던 그 눈빛이 갑자기 그리워졌어. 피부가 죄어올 만큼, 생각을 잊게 해줄 거친 섹스가 간절해졌어——차가운 타일 바닥에 밀착당하고, 뒤에서 들어와, 고통과 쾌락에 통제를 잃은 내 비명 소리를 듣는. 하지만 오늘 밤은 그냥 조용히 사진 보정이나 하면서 사이키델릭 록 음악을 듣고, 생각을 저 멀리 흘려보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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